상명대 학보
왜 옛날 기기를 꺼내 들까… 디지털카메라와 구형 아이폰 사용 현상
제 768호 발행. 발행일: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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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2
영자신문
Drowning in Financial Leverage: The Hidden Risks Behind Student Loan Investments
제 31호 발행. 발행일: 2026.09.11
교지
나, 너, 그리고 우리
제 8호 발행. 발행일: 2025.03.13
상명대 학보 (제 768호)
문 하나가 기억을 지울까? 문간 효과를 들여다보다
문 하나가 기억을 지울까? 문간 효과를 들여다보다 집이나 학교에서 이런 경험을 한 번쯤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분명 조금 전까지 하려고 했던 일이 있었는데,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순간 무엇을 하려 했는지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원래 있던 공간으로 돌아오면, 잊고 있던 일이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이러한 일상적인 경험은 단순한 건망증으로만 설명되지 않을 수 있다. 공간의 변화가 기억과 정보 처리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문간 효과(doorway effect)’와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문을 통과하는 순간 기억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리고 문을 통과하면 정말 기억이 사라지는 것일까. 문간 효과란 무엇일까? 사람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상황이나 장소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이전 상황’과 ‘새로운 상황’을 구분해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한 방에서 휴대전화를 찾다가 다른 방으로 이동하면, 방이 바뀌는 순간을 기준으로 새로운 상황이 시작됐다고 인식할 수 있다. 이처럼 일상의 경험을 여러 상황으로 나누어 이해하는 과정을 ‘사건 분할(event segmentation)’이라고 한다. ▲ 문간 효과(사진: Gemini) 이러한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사건 지평선 모델(event horizon model)’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뇌는 현재 어떤 상황에 있는지, 그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를 머릿속에 정리해 두고 있다. 그러다 장소가 바뀌는 등 상황에 변화가 생기면 기존에 정리해 둔 정보를 뒤로하고 새로운 상황에 필요한 정보를 다시 정리한다. 문을 통과한 뒤 방금 전까지 하려던 일을 순간적으로 잊는 듯한 ‘문간 효과’ 역시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다. 문을 통과했다고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문을 통과하는 순간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문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기억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영국 임상 평가 연구 담당자 McFadyen의 연구에서는 기존 문간 효과 연구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가상현실과 실제 환경을 이용한 네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방을 이동한 뒤 이전에 봤던 물체를 얼마나 정확하게 기억하는지 확인했으며, 가상현실 실험에서는 방의 시각적 차이를 최소화해 ‘문을 통과했다’라는 변화 자체가 기억에 영향을 주는지를 살펴봤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실험에서 문을 통과한 경우와 그렇지 않았을 때 사이에 유의미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 환경에서 참가자가 직접 이동한 때에도 문이나 공간의 경계를 통과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억 수행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모든 상황에서 차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두 번째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기억 과제와 함께 숫자를 거꾸로 세도록 하는 등 작업기억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는 조건을 설정했다. 작업기억은 현재 필요한 정보를 잠시 유지하면서 동시에 다른 정보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는 능력이다. 이처럼 기억해야 할 정보가 많아진 상태에서 문을 통과했을 때는 기억 정보에 관한 판단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이전에 보지 못한 정보를 실제로 본 것처럼 판단하는 오인이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를 문을 통과하는 순간 기존 기억이 완전히 삭제된 것으로 보기보다는, 공간의 경계를 넘는 과정과 작업기억의 부담이 겹치면서 기억 정보 사이의 구분이 어려워진 결과로 해석했다. 이는 일상에서 경험하는 ‘문간 효과’도 단순히 문 하나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진은 실제 생활에서 방을 옮긴 뒤 갑자기 목적을 잊는 상황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거나, 서로 다른 상황으로 이동했을 때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문이라는 물리적인 구조보다 공간의 변화, 상황의 전환, 주의가 분산되는 정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정보의 양 등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작업기억과 주의력이 문간 효과에 미치는 영향 그렇다면 공간을 이동하는 순간 이전 사건의 정보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작업기억이다. 작업기억은 현재 하는 일을 수행하는 동안 필요한 정보를 잠시 머릿속에 유지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현재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사건 모델 역시 작업기억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다음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다. 이처럼 공간의 변화는 작업기억에 유지되고 있던 이전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주의력 또한 공간의 변화와 기억 처리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람은 주변에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동일하게 처리하기보다, 현재 상황에서 중요하거나 눈에 띄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인다. 따라서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주변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새로운 공간의 정보로 주의가 향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이전 공간에서 유지하고 있던 정보에 접근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문간 효과를 다룬 연구에서도 시각적 맥락의 변화가 공간 변화에 대한 주의와 현저성을 높여 문간 효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 건망증과는 어떻게 다를까 ▲ 문간효과와 건망증의 차이 (사진: Chat GPT 활용) 문을 지나자마자 할 일을 잊는 경험은 흔히 ‘건망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현상을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상적인 건망증은 해야 할 일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순간적으로 떠올리지 못하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문간 효과는 공간이나 상황이 바뀌는 순간 기억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현상에 초점을 둔다. 문을 통과한 뒤 ‘내가 뭘 하려고 했지?’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었다고 해서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순간적인 ‘깜빡함’은 기억이 완전히 사라졌다기보다 주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새로운 상황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에 바로 접근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문을 지나면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은 오해 ‘문을 통과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라는 말은 절반만 맞는 표현이다. 문 자체가 기억을 지우는 것은 아니며, 실제 연구에서도 문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억력이 일관되게 감소하지는 않았다. 다만 공간이나 상황이 바뀌는 과정에서 뇌가 새로운 환경에 맞춰 정보를 처리하고, 여기에 다른 생각이나 기억해야 할 정보가 겹치면 순간적으로 이전 목적이나 정보를 떠올리기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방에 들어간 순간 ‘내가 왜 왔지?’라고 멈춰 서는 경험은 기억이 삭제된 것이 아니라 주의와 기억을 새로운 상황에 맞게 전환하는 과정에서 잠시 접근이 어려워진 것에 가깝다. 결국 ‘문을 지나면 기억을 잊는다’기보다, 공간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주의와 기억이 잠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성민 기자, 김가연 수습기자
상명 또래상담자 양성 교육, 상담자로의 발돋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이 일상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고민과 감정을 AI에게 털어놓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5년 6월, 생성형 AI를 주 4일 이상 사용하는 19~29세 대학(원)생과 직장인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4.5%가 AI를 통한 심리상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상적인 고민부터 인간관계와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AI와 나누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처럼 상담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지만, 대학에서는 학우 간의 대화와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의 대학생활을 돕는 또래상담 활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 역시 학생들의 심리적 어려움을 살피고 건강한 대학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개인상담, 심리검사, 집단상담 등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상명또래상담’은 교육을 이수한 학우가 또래의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나누며 대학생활 적응과 정서적 지지를 돕는 프로그램이다. 올해도 새로운 또래상담자들이 교육 과정을 거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6학년도 또래상담자 모집 포스터 (사진: 상명대학교 학사공지) 학우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상명또래상담’ 우리 대학 학생상담센터는 지난 5월 7일부터 서울캠퍼스 재학생을 대상으로 2026학년도 ‘상명또래상담‘에 참여할 또래상담자를 모집했다. 모집 인원은 15명 내외로, 선발된 학생들은 또래상담자로 활동하기 위한 교육과 실습 과정을 거치게 된다. 또래상담은 학우에게 먼저 다가가 관계를 형성하고,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며 필요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상담 역량을 기르는 활동이다. 학생상담센터에서는 또래상담 과정에서 필요한 관계 증진 방법을 비롯해 적극적 경청과 공감, 기본적인 대화 전략, 문제 해결과 중재 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 올해 양성과정은 지난 6월 17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기본교육을 시작으로 심화집단상담, 또래상담 활동, 또래상담 멘토링 등의 순서로 마련됐다. 기본교육 이후에는 오는 12월까지 실제 또래상담 활동과 멘토링이 이어진다. 학생들은 교육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역할을 경험하며 상담에 필요한 기본적인 태도와 대화 방식을 익히고, 이후 실제 또래와의 소통 과정에 이를 적용하게 된다. 프로그램 참여에 따른 지원도 마련돼 있다. 기본교육 12회기를 이수한 학생에게는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또래상담 수료증이 제공되며, 교육과 활동 등 전 과정을 이수한 학생에게는 상명또래상담 수료증이 수여된다. 단계별 활동에 따라 비교과 마일리지도 받을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 중인 또래 상담자들의 마음가짐 ▲상명또래상담자 실습 모습 (사진: 또래상담 동아리 회장 제공) 그렇다면 직접 교육을 받고 또래상담자로 활동하는 학우들은 이 프로그램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2026학년도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게임 전공 25학번 김혜진 학우와 2025학년도 프로그램에 참여한 게임 전공 23학번 이유진 학우, 생명공학과 23학번 김태규 학우를 만나 그 마음가짐을 들어보았다. 세 학생 모두 상담 동아리 부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양성교육에 참여한 계기로 비교과 마일리지 혜택과 상담 실력 향상 등을 꼽았다. 2026학년도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김혜진 학우는 “조로 나누어 다양한 활동을 하였으며, 상담자와 내담자로 역할을 나누어 상담을 여러 양식에 맞추어 진행하였다”고 설명하였다. 2025학년도의 프로그램 또한 기초 이론 교육받은 이후 간단한 실습을 거쳐 집단 상담을 진행하였다고 답변하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으로는, 김태규 학우는 “내담자가 문제해결 방법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이유진 학우는 “2학기 실습 과정”을 선정했다. 다음으로는 인공지능 시대와 관련된 내용으로 또래 상담자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현재 AI로 상담을 진행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그럼에도 인간 간의 상담이 실효성이 있고, 가치가 있을까. 김혜진 학우는 “사람의 음성과 공감의 깊이는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하였고, 이유진 학우는 “사람과 직접 대화하고 상담을 하면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태규 학우는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인간의 감정이 존재하는 한 인간 간의 상담, 또래 간의 상담은 언제나 가치 있을 것”이라며 또래 상담의 본질에 대해 논하였다. 교육을 받은 후, 이유진 학우는 “새로운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으며,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태규 학우는 “상담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며 대단한 기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담자 역할을 다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론 교육은 지루할 수 있으나, 실습 과정이 즐겁고 타인에게 공감하고 대화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기에 전반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인간 간의 상담의 필요성 최근에는 인간과 대화하지 않고, AI에게 상담받는 사람들이 느는 추세이다. 이에 대해 프로그램 교육자는 “AI는 내담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상담의 궁극적인 목표를 이룰 수 없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상담은 내담자와의 대화 속에서 내담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상황이 해결될 수 있도록 요구와 해결 방법을 적절히 제시하는 대화이다. 그런데 이용자의 요구에 맞는 답변만 해주는 AI는, 이용자의 상황 해결까진 도와주지 못한다. 올해 프로그램에서는 인간 간의 상담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이 점을 상담의 궁극적인 목표와 결합한 교육도 진행되었다 인공지능에게 마음까지 맡기지 않는 상명인 이슬아 작가의 책 <끝내주는 인생>에서 저자는 “우리가 과연 보이지 않는 기술에 우리의 마음까지 맡겨도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끊임없이 발전하는 미래 기술을 늘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상담처럼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고유한 분야마저 맡기게 된다면, ’인간성‘에 대한 경계는 모호해질 것이다. 그런 상황에 대비하여 우리 대학은 매년 상명 또래 상담자를 모집하고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대화와 상담을 통해 인간 고유의 따뜻함을 잊지 않으며 다가올 미래 기술에도 적절히 대비하는 태도. 이것이 상명 또래 상담자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바이다. 이은탁 기자, 조채은 수습기자
고사양 이미지 센서와 보정 기능이 당연해진 스마트폰 시대, 최근 다소 낯선 풍경이 포착되곤 한다. 주머니 속에서 언제든 초고화질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두고, 일부러 수년 전에 출시된 중고 디지털카메라나 구형 아이폰을 주머니나 가방에서 꺼내 드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신 기기가 아님에도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제쳐두고 이들이 다시 아날로그적 디바이스를 찾게 되는 이 흥미로운 흐름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오늘날 청년세대의 깊은 문화적 심리를 투영하는 독특한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의 발전은 눈부시다. 렌즈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위협할 만큼 정교해졌고, 촬영 버튼을 누르는 순간 AI가 알아서 빛을 조절하며 피부 톤을 매끄럽게 보정하고 불필요한 피사체를 지워준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완벽함의 과잉은 일종의 피로감을 낳았다. 어디를 가나 똑같이 매끄럽고 선명하며, 인위적인 보정 손길이 묻어나는 결과물 속에서 '날것 그대로'를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갈증 속에서 찾아낸 해답이 바로 2000년대 중후반의 디지털카메라, 한때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초기형 아이폰 모델들이다. 현대적인 기기를 사용하면서도, 사진을 기록하는 도구만큼은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투박한 방식을 택하는 모습은 최근 청년세대가 과거를 소비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옛날 기기는 단순히 불편한 구형 물건이 아니라,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감성을 드러내는 가장 확실한 소품이자 문화적 도구로 재탄생하고 있다. '날것의 감성'을 담는 디지털카메라와 구형 아이폰의 특징 올드 기기를 찾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완벽하게 정돈된 디지털 이미지와는 결이 다른, 이른바 '날것의 감성' 때문이다.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알아서 빛을 최적화하고 잡티를 지워주는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와 달리, 구형 디지털카메라나 초기 모델 아이폰은 저화소 센서와 미숙한 광학 시스템 특유의 투박한 질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올드 기기 특유의 노이즈는 사진에 깊은 질감을 부여한다. 빛이 부족한 실내나 야간에 촬영하면 화면 전체에 자글자글하게 내려앉는 노이즈는 스마트폰에서는 '결함'으로 취급되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고유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가 된다. 여기에 빛이 사방으로 번지는 플레어 현상, 센서의 물리적 한계로 인해 다소 푸르스름하거나 혹은 노르스름하게 묻어나는 독특한 색감 등은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시각적 아우라를 뿜어낸다. ▲ 플레어 현상으로 낭만적인 분위기의 올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사진: 임민서 기자) ▲ 독특한 색감으로 표현되는 올드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사진: 임민서 기자) 인위적으로 가공된 필터 어플리케이션이 만들어내는 뻔한 레트로 느낌과 달리, 실제로 그 시절의 센서가 빛을 받아들여 만들어낸 물리적인 한계와 왜곡은 사진에 시간의 결을 부여한다. 매끄럽고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보정 사진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에게, 이러한 불완전함은 오히려 시각적 해방감과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한 것이다. 올드 기기로 일상을 담는 이유는? ▲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 (사진 : 박찬웅 기자) 사용자들이 꼽는 장점은 화질이 좋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화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노이즈가 끼고, 색이 실제와 다르게 나오고, 플래시가 얼굴을 하얗게 날리는 것이 오히려 추구하는 감성에 가깝다고 말한다. 잘 찍은 사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오래된 사진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다. 최신 스마트폰은 셔터를 누르는 순간 여러 장을 찍어 합성한다. 어두운 곳은 밝히고 얼굴은 다듬어 한 장으로 내놓는다. 결과물은 대체로 훌륭하고, 대체로 비슷하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구도로 찍으면 누가 찍어도 거의 같은 사진이 나온다. 반면, 20년 전 콤팩트 디카나 구형 아이폰은 그 일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빛이 부족하면 어둡게 나오고 손이 흔들리면 흔들린 채로 남는다. 사진의 성격도 갈린다. 화소가 낮고 자동 보정이 약해 실내에서는 누렇게, 역광에서는 얼굴이 어둡게 찍힌다. 사용자들은 이 결과물이 필터를 씌운 것과 다르다고 말한다. 보정 앱으로 화질을 일부러 낮추는 방법도 있지만, 완성된 사진을 뒤에서 망가뜨리는 것과 처음부터 그렇게 찍히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못 찍힐 수 있다는 조건이 사진을 다시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 창고에서 오래된 디카를 찾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A 학우는 "최신 휴대폰 카메라는 너무 사실적이라 오히려 인위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어요. 그래서 조금 투박하지만 자연스러운 디카와 구형 아이폰 카메라를 주로 쓰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오래된 기기로 사진을 찍는 이유를 밝혔다. 자연스러움이 특별해진 시대 ▲ 2023년 최저치를 찍은 후 반등하기 시작한 카메라 시장 (사진 : https://lensvid.com/lensvid-exclusive-reviews-and-previews/lensvid-talk-47/) 이러한 흐름은 캠퍼스 밖에서도 확인된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2010년 1억 2100만 대로 정점을 찍은 뒤 스마트폰에 밀려 2023년 770만 대까지 줄었다. 그러다 2025년 940만 대로 돌아섰다. 같은 해 전 세계 출하액은 55억 달러로 2020년의 두 배를 넘었다. 후지필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답해야 하는 기술 환경에 압도되고 있다"며 "이를 상쇄하려는 경향이 카메라 수요 증가의 배경 중 하나"라고 말하며 디지털카메라의 재유행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학생들이 무거운 기기를 따로 챙기는 이유도 여기서 멀지 않다. 더 좋은 사진을 얻으려는 게 아닌,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기록하는 환경에서 조금 다르게 남기려는 쪽에 가깝다. 이처럼 디지털카메라와 올드 아이폰 사용 현상은 단지 기술을 거스르는 취향이 아니다. 최신 기기가 알아서 완성해주는 이미지 대신 자기 손으로 실패할 수 있는 사진을 고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획일화된 기록 방식 바깥에서 자기 시선으로 하루를 남기려는 태도가 지금 학생들이 옛날 기기를 꺼내 드는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박찬웅 기자, 임민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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