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68 호 대학생의 취미는 왜 수익화를 향하는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부업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농담이 아니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릴스를 편집하고, 전자책을 만든다. 과거 취미가 학업과 아르바이트 사이의 휴식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취미를 시작할 때부터 수익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사진은 스톡 이미지가 되고, 그림은 커미션이 되며, 일상을 기록한 콘텐츠는 광고와 제휴 활동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취미와 경제활동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면서, 대학생들이 취미를 바라보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무엇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걸로 돈이 될까’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우리 대학 모 학과 2학년 A 학우는 “여유가 날 때마다 심심풀이로 쓴 시 원고를 하나로 묶어 출간하려 한다”고 말했다. 취미는 왜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변화하게 된 것일까.
대학생들은 왜 취미를 수익화하는가
▲ 대학생 아르바이트 관련 설문 (사진 : 알바천국)
먼저 금전 문제가 있다. 등록금과 월세와 식비가 같이 오르는 동안 아르바이트 시급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한 학기 등록금과 자취방 보증금을 동시에 마련해야 하는 학생에게 시간을 팔아 버는 돈은 한계가 뚜렷하다.
방학에 단기 일자리를 잡아도 학기가 시작되면 시간을 빼기 어려우며, 수업과 과제 사이에 낼 수 있는 시간은 조각나 있다. 그 조각으로 돈이 되는 방법을 찾다 보면 답은 대개 온라인으로 좁혀진다. 또한 주휴수당을 받으려면 주 15시간 이상을 채워야 한다. 학기 중에 그만큼의 시간을 고정으로 빼기는 쉽지 않고, 시간을 줄이면 받는 돈도 같이 줄어든다.
통계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2024년 1분기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부업 경험이 있는 취업자는 55만 2천 명으로 1년 전보다 22.4% 늘었다. 이 가운데 15~29세의 증가율이 30.9%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두 번째는 일의 형태이다. 플랫폼은 출근 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일과가 끝난 밤 열두 시에 콘텐츠를 올려도 되고, 시험 기간에 멈췄다가 방학에 다시 시작해도 된다. 밑천도 거의 들지 않는다. 계정을 만들고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건 시간과 휴대전화다.
특히 숏폼이 퍼지면서 문턱은 한 번 더 낮아졌다. 긴 영상을 기획하고 편집할 여력이 없어도 몇십 초짜리 하나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구독자 수보다 콘텐츠를 먼저 보는 알고리즘 구조 덕에 신생 계정에도 노출 기회가 돌아간다. 즉, 남는 시간에 해보는 것이라는 감각이 진입을 쉽게 만들고 있다.
세 번째는 인식이다. 퍼스널 브랜딩이 취업 준비의 언어가 되면서 취미는 자기소개서의 한 줄로 환산되기 시작했다. 콘텐츠 운영 경험은 마케팅 직무의 실적이 되고, 판매 기록은 창업 역량의 증거가 된다.
N잡이라는 말에서 부정적인 뉘앙스가 빠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궁여지책이 아니라 능력으로 읽히면서, 취미로 돈을 번다는 말에 따라붙던 미묘한 시선도 달라졌다. 또한 취업 시장이 요구하는 경험의 범위가 넓어진 영향도 있다. 공모전과 대외활동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칸을 직접 운영한 계정과 판매 실적이 대신 채워준다.
취미에서 포트폴리오로
▲ 콘텐츠를 만드는 대학생 모습 (사진: Chat GPT)
과거에는 취미와 취업 준비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블로그 운영이나 SNS 콘텐츠 제작, 영상 편집과 같은 경험이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축적한 기록과 경험이 취업과 진로 탐색 과정에서 의미 있는 이력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대외활동 모집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 커리어 플랫폼인 링커리어에 게시된 서포터즈와 기자단, 마케팅 관련 모집 공고를 살펴보면 SNS 운영 경험이나 콘텐츠 제작 경험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우대사항을 넘어 SNS 콘텐츠 기획·제작 경험을 지원 자격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어, 취미로 시작한 활동이 실제 대외활동 참여로 연결되기도 한다.
콘텐츠 제작 경험이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다양한 역량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와 사진 촬영, 영상 편집, 디자인 등 여러 능력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으며,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기획력과 소통 능력도 함께 키울 수 있다. 또한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기록하고 활동한 경험은 해당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역량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취미로 운영하던 계정을 바탕으로 협업 제안을 받거나 관련 분야의 대외활동에 참여하는 등 새로운 기회를 얻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취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대학생들의 취미 수익화 현상은 단순히 ‘용돈벌이’나 일시적인 유행으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높아진 물가와 등록금 부담, 불안정한 취업 환경 속에서 대학생들은 취미를 통해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고 있다. 블로그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전자책 제작 등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자신의 취미와 관심사를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실제로 취미의 수익화는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통해 경제적 보상을 얻고, 활동 과정에서 실무 경험과 전문성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취미를 기반으로 한 활동이 향후 진로나 창업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취미가 반드시 수익으로 연결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취미가 성과와 수익을 중심으로 평가되기 시작하면 즐거움보다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좋아서 시작한 활동이 또 다른 경쟁의 영역으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취미 수익화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인 현상인 것은 분명하지만, 동시에 취미 본연의 의미와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취미의 수익화 여부가 아니라, 대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와 재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박찬웅 기자, 이수진 수습기자